와인을 따던 날.
하루가 어느 정도 지나면 걷기를 멈추고 숙소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 한다.
항상 하루 일과의 마지막은 와인이었다.
매일 마시던 와인이지만 늘 마실 때 마다 새로웠다.
아직도 그때 그 와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간단한 저녁거리와 와인한병, 늘 이렇게 저녁을 맞이 했었다. 늘 그렇게 나의 시간은 흘러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와인 오프너. 이 와인 오프너가 문제였다. 와인 오프너를 가지고 다니면 더 좋았겠지만 늘 와인 오프너 없이 그냥 다녔었다. 알베르게 안의 주방에 보면 오프너가 있는 경우가 많았었고, 또 빌릴 수도 있으니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저녁이 오고 하루를 마무리 하기 위해 사 두었던 와인을 한 병 안고 기쁜 마음으로 식당을 향했다. 물론 와인 오프너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늘 그렇듯 익숙한 발걸음으로 와인 오프너를 찾아 식당 서랍을 하나씩 열어봤다. 결국은 와인 오프너를 찾아 냈다. 이때까지는 뒷 일은 생각하지 못한 채 들뜬 마음으로 와인 마실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이내 난관에 봉착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그 와인 오프너는 고장 난 것이었다. 그 오프너로 와인의 코르크를 뽑아 낸다는 게 과욕이었고 오기였다. 고생은 덤 이었다.
와인은 꼭 그 상태로 따야만 했다. 중간에 잠시 쉰다고 고개를 드니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놈이 저걸 어떻게 따나 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눈도 있고, 미련하다는 듯 쳐다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갑자기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했다. 그 눈빛은 나를 응원하는 눈빛이라고 애써 생각을 고쳐 먹고 실망 시킬 수는 없다는 각오로 열심히 더욱더 분발했다.
하루 일과의 마지막치고 댓가는 혹독했다.
참고로 와인은 1유로였던걸로 기억을 한다.
'뾱'하고 따지는 순간 모든 식당 안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나보다 더 좋아해 주셨다.
난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얼굴에 만연한 웃음을 짓고는
슬며시 인사를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앉아서 흐르는 땀을 닦고 폼 나게 와인을 한잔 들이켰다.
이전글 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2-익숙함에 대하여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1-이별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0-삶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9-이라체 수도원.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8-쉬어가기(푸엔테 라 레이나).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7.-미학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6.-속도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5.-일상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4 -들어가기에 앞서.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3-생장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2-코스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준비 팁
'여행가방 > Camino de santiag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5-크루즈 데 페로. (0) | 2016.12.21 |
---|---|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4-괜찮아..괜찮아... (0) | 2016.12.19 |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2-익숙함에 대하여 (0) | 2016.12.01 |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1-이별 (0) | 2016.07.03 |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0-삶 (0) | 2016.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