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기억 이상이어야 한다.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흘러버렸다.
거지같은 모습으로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땅바닥에 앉아 빵을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아무 곳이나 잠을 청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흐르는 세월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나를 잊은 지도, 나를 버린 지도 오래 전일이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나의 눈에 비치는 낯 설은 동네풍경들이
이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그런 풍경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길가에 보이는 포도밭, 보리밭, 알 수 없는 이름의 꽃들까지
모르는 것이 분명함에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그런 것들이라고 착각을 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걸으면서 늘 이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런데 한가지 말할 수 있었던 건
현실이 항상 생각하는 대로는 흘러가지는 않더라는 것.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
자연스러운 삶이 나에게는 더욱더 값진 삶이라는 것.
걷다 보면 길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꼭 하고 싶은 일들만 하고 살수는 없다.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해야만 하고.
또 살기 위한 투쟁을 스스로가 해야 할 때도 반듯이 온다.
이런 날들이 꼭 온다.
그럴 때 난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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