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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9-조난자. "경험상 조난자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기대가 너무 크고 행동은 너무 적은 것에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생존은 시작된다." 파이이야기의 한 구절이다. 걷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조난자! 지금 딱 이 말이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정답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나 와서 아주 불편하고, 아주 힘들고, 아주 낯설었다. 한참 지난 후에야 불편하고, 힘들고, 낯선 건, 아무것도 아니란 건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러울 정도로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살면서 중요한 것. 불편하고, 힘들고, 낯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단순하고 단순한 생활들, 생존을 위한 싸움, 그 정도 거창하지 않아도 나름 그 생활에 익숙해 졌다. 본..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7-자연스러움. 산안톤 폐성당에서 바람과 추위에 몸을 떨며 하루를 보내고 새벽에 길을 나섰다. 그때“교코”란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올랐다. “진지하게 춤추면 정말로 즐거워질 수 있고, 즐거워지면 진지하게 춤추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너는 고된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아 좌절하는 일도 있겠지.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을 추는 거야.” 항상 좋은 모습만 보일 수는 없는 일이다. 때로는 힘들어 하는 모습도 보이고,때로는 활짝 웃는 모습도 보이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는 모습도 보이고. 이게 가장 자연스럽게 사는 게 아닐까?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걸음만은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전글 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6-구름.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5..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6-구름. 구름이 아주 좋아서 이날은 아직도 기억이 뚜렷히 난다. 아주 활기차게 이길을 걸었었지. 힘든 줄도 모르고 하늘만 쳐다 보고 열심히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 한번은 크게 넘어지고, 헤헤헤 웃으면서 다시 일어나 또 하늘만 보고 걸었었지. 나의 유일한 맛나는 점심을 향해. 이전글 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5-크루즈 데 페로.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4-괜찮아..괜찮아...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3-와인을 따던 날.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2-익숙함에 대하여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1-이별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0-삶 산티아고(..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5-크루즈 데 페로. 크루즈 데 페로. 여기는 순례기간 중에 가장 높은 곳이다. 대형 십자가는 순례자들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한곳 한곳 의미가 없는 곳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돌을 놓아두던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놓아두고 간다. 들고 가기 버거운 것들은 놓아두고 가는 것이다. 삶이 가벼워 지려면 내려놓을 준비를 해야한다. 중요한것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이전글 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4-괜찮아..괜찮아...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3-와인을 따던 날.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2-익숙함에 대하여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1-이별 산티아고(Camino..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3-와인을 따던 날. 와인을 따던 날. 하루가 어느 정도 지나면 걷기를 멈추고 숙소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 한다. 항상 하루 일과의 마지막은 와인이었다. 매일 마시던 와인이지만 늘 마실 때 마다 새로웠다. 아직도 그때 그 와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간단한 저녁거리와 와인한병, 늘 이렇게 저녁을 맞이 했었다. 늘 그렇게 나의 시간은 흘러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와인 오프너. 이 와인 오프너가 문제였다. 와인 오프너를 가지고 다니면 더 좋았겠지만 늘 와인 오프너 없이 그냥 다녔었다. 알베르게 안의 주방에 보면 오프너가 있는 경우가 많았었고, 또 빌릴 수도 있으니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저녁이 오고 하루를 마무리 하기 위해 사 두었던 와인을 한 병 안고 기쁜 마음으로 식당을 향했다. 물론 와인 오프..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2-익숙함에 대하여 늘 항상 이런 곳만 있었던 건 아니다. 폐허 같은 곳도 있었었고, 수많은 빈대들과 함께 자는 날도 허다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배에는 빈대들의 발자국이 먼저 느껴진다. 이 빈대들이 배의 반대 방향으로 이사를 가다 배가 고파 나의 살점을 파 먹었나 싶은 마냥 붉은 반점들이 배를 가로 질러 선명한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날도 허다 했다. 물론 가려움은 덤이다.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가려우면 긁으면 그만이고 딱지 조금 앉으면 그만이다. 이 생활이 익숙해 지기 시작한 뒤로 이런 아주 사소한 것들은 눈 밖으로 날려 버린 지 오래 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살짝 되었다. 이 생활이 벌써 익숙해져버린걸까? 또 아무런 의미 없이 기계적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살짝 의구심이 들었다. 단순히 ..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1-이별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하루가 어느정도 지나고 나면 걷기를 멈추고 알베르게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곤 간단한 요기, 와인이나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필그림 메뉴등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늘 일기장을 펼쳤다. 그때 그때마다 느껴지는 것들을 글로 옮겨 적었다. 대단한 글을 적는것도 아니었지만 손전등을 켜고, 그 작으마한 불빛 아래에서 그때의 감정을, 감성을, 한자 한자 기록했었다. 그때의 느낌,그때의 행복감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몇년이 지났지만 그때 기록했던 글들을 보면 아직도 설레인다. 얼마전 잊고 있던 그 기록들을 다시보다 이런 글을 발견했다. 길을 잃었다 다시 찾았다. 친구와 헤어져 오늘은 종일 혼자 걸었다. 그리고 다시 만났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누구나..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0-삶 추억은 기억 이상이어야 한다.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흘러버렸다. 거지같은 모습으로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땅바닥에 앉아 빵을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아무 곳이나 잠을 청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흐르는 세월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나를 잊은 지도, 나를 버린 지도 오래 전일이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나의 눈에 비치는 낯 설은 동네풍경들이 이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그런 풍경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길가에 보이는 포도밭, 보리밭, 알 수 없는 이름의 꽃들까지 모르는 것이 분명함에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그런 것들이라고 착각을 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