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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23.-REFLEXION. 일몰은 지금도 그렇게 자주 볼 기회가 없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 친구, 연인, 가족, 때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같이 앉아있다. 그 인내의 거리를 모두 감내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다들 이 시간을 기다렸으리라. 새로운 한걸음을 위한 마지막이니까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맑은 눈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들 엄청난 거리를 걷고 또 여기까지 걸어 이 한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렇게 앉아 있다. 반짝이는 눈망울 사이로 각자 이 여정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보여지고 행복감이 고조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오늘 여기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은 지금 이순간이 특별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다들 무엇인가가 새롭다고 느끼는 것만 같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알 수..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22.-걷는다는 것. 걷는다는 게 꼭 사전적인 의미만이 아니다. 수많은 의미와 수많은 메타포를 숨기고 있다. 이 걷는다는 의미를 진정으로 깨달을 때 그 의미와 메타포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걷는 게 곧 사는 것. 사는게 곧 걷는 것. 지금 우리는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걷고 있다. 잠을 자건, 일을 하건, 수다를 떨건 모든 게 정지되어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걷고 있는 것이다. 단지 내가 지금 이순간 걷지 않는다고 걷지 않는 게 아니다. 걷는다는 이 의미를 알아야한다.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21.-한줄기 빛. 그땐 낭패의 연속이었다. 너무나 힘들다고만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한때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이 온 적이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사실을 몰랐었다. 밖으로 표출을 안 하려고 무지하게 노력 하기도 했었고, 하지만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결국 사람들과의 만남도 극도로 줄여버렸다. 전화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고, 말도 한달 넘게 안 해 본적도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가두어 버렸다. 그리고 갇혀있었다. 하지만 불안이나 우울증, 대인 기피, 이 모든 게 내가 만들어 낸 허상에 지나지 않다는 걸 걷는 동안 아무 이유없이 깨닫았다. 스스로 안에서 옭아맨 결과란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냥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일기장을 펼쳤다. 그리고 한자 적었다. “한줄기 빛은 매일 걷는 일..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20-갈망과 무기력의 엇박자. 그냥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내 삶이란 망설임과 갈망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더더욱 싫어졌고, 불편했고, 갈망하면 할수록, 내가 다가가면 갈수록 힘들어졌고. 아이러니 하게도 또 나는 늘 갈망했다. 사람들을 갈망하고 통하지 않는 대화의 물고를 트고 싶어했고 자유롭게 살고자 했다. 하지만 무기력의 그림자기 깊었었다. 결국은 혼자 남아 버린 것인가? 그렇다고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내가 다 버렸으니까. 이때까지 무엇을 망설였나? 무엇을 갈망했나?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전혀 망설이지도 갈망하지도 않았었다. 순간의 망설임도 갈망도 없었다. 생각의 지배로 육체와 정신이 따로 놀았을 뿐. 어떠한 망설임도 갈망도 없었다. 다만 무기력의 그림자가 깊었을 뿐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1-이별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하루가 어느정도 지나고 나면 걷기를 멈추고 알베르게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곤 간단한 요기, 와인이나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필그림 메뉴등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늘 일기장을 펼쳤다. 그때 그때마다 느껴지는 것들을 글로 옮겨 적었다. 대단한 글을 적는것도 아니었지만 손전등을 켜고, 그 작으마한 불빛 아래에서 그때의 감정을, 감성을, 한자 한자 기록했었다. 그때의 느낌,그때의 행복감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몇년이 지났지만 그때 기록했던 글들을 보면 아직도 설레인다. 얼마전 잊고 있던 그 기록들을 다시보다 이런 글을 발견했다. 길을 잃었다 다시 찾았다. 친구와 헤어져 오늘은 종일 혼자 걸었다. 그리고 다시 만났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누구나..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0-삶 추억은 기억 이상이어야 한다.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흘러버렸다. 거지같은 모습으로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땅바닥에 앉아 빵을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아무 곳이나 잠을 청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흐르는 세월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나를 잊은 지도, 나를 버린 지도 오래 전일이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나의 눈에 비치는 낯 설은 동네풍경들이 이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그런 풍경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길가에 보이는 포도밭, 보리밭, 알 수 없는 이름의 꽃들까지 모르는 것이 분명함에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그런 것들이라고 착각을 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걸..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9-이라체 수도원. 이라체 수도원 여기는 포도주와 물이 함께 나오는 곳이다. 왼쪽은 포도주, 오른쪽은 물. 다니는 사람들의 목을 축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이다. 하지만 여기도 엄연히 음주 제한은 있었지만, 나에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엄청난 거리를 걸으려면 많은 술은 금물이지만, 여기서는 안마실 수가 없었다. 한 모금, 한 모금. 그렇게 홀짝거리다, 물병 중 하나를 비워 포도주를 가득 담았다. 그리고 가던 길을 그냥 묵묵히 걸어 간다. 그렇게 물병에 담았던 이 포도주를 며칠을 가지고 다녔었다. 그리고 숙식을 무료로 해주는 곳에 가서 10유로와 포도주를 기부해버렸다. 보통은 기부를 잘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너무 나도 좋은 음식과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어야 했고, 또 누군가는 설거지를 해야 했지만), 또 조금은 허름하지..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8-쉬어가기(푸엔테 라 레이나).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푸엔테 라 레이나의 아주 유명한 다리 입니다. 푸엔테(puente)스페인어로 다리를 뜻 합니다.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로 11세기에 알폰소 1세가 세운 다리의 이름으로 "여왕의 다리" 라고도 합니다. 여기 푸엔테 라 레이나는 사람들을 통합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모든 순례자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전 이다리를 건너면서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말이죠. 이전글 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7.-미학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6.-속도 산티아고(Camino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