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 계획의 계획. 새해가 되면 언제나 그럴듯한 계획의 계획이 필요했다. 그것은 한 해의 소망을 다지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과연 필요한 계획인지 아니면 계획을 위한 계획인지는 계획을 세우는 나도 잘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계획을 아니 세울 수도 없었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뭔가를 계획하지 않으면 늘 불안함이 우리를 따라다닌다. 몇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아도 아니 조금 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괜찮은데, 쉬면 괜스레 불안해하고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에 또 계획을 세우고, 다시 부시고, 또 세우고, 이런 아이러니함은 언제나 계속되었다. 그러면서 몸은 힘들어가고 정신은 지쳐가고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이렇게 삶은 불안하다. 결국 나의 삶은 각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보기
[Essay] 불안의 시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하루가 흘러간다. 그리고 또 하루가 흘러간다. 하지만 마음 한편의 미묘한 변화가 느껴진다. 이렇게 계속 아무 생각없이 살아간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는 있지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을 억누르려고 노력하는 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건 나만 아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내 다른 가슴 한편에선 막연했던 그 불안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왜일까? 아무 생각없이 사는데 이 불안은 왠 말인가? 보기와는 다르게 난 불안 덩어리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쩌면 아무 생각없이 사는 척, 쿨한척, 태연한척, 담담한척, 군자인척, 언제나 그렇게 말은 하고 다녔지만 보이지 않는 그 이면에선 반대로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숨기며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의 불안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 더보기
[좋은 글] 나에게 여행은 그런 것이다. 나에게 여행은 그런 것이다. 더 잘 내려앉기 위한 것. 그곳으로의 망명이 아니라, 이곳으로의 귀환을 위해서 떠난다. 끊임없이 떠도는 부평초를 꿈꾸지 않는다면 누구나 잘 돌아오기 위해 떠날 것이다. (어쩌면 떠도는 것이 일상인 부평초로서는 물위에 떠도는 것 자체가 정주(定住)가 아닐까? 떠돎이 일상에 아무런 충격을 주지 않는다면 천 리를 주유한들 붙박이 나무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여행은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궁극 그 낯설고 새로운 것들 속으로 나를 의탁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속에서 더욱 낯설 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위한 일이다. '풍경'과 '너'가 낯이 설수록 '나'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과 '나'는 너무 친숙하여 때로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일.. 더보기
[Essay] 사진을 찍던 날. 오랜만에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때까지 찍은 증명 사진 중에 가장 잘 나온 곳이기도 한 그 사진관에 망설임 없이 갔었다. "여권 사진 좀 찍으려구요. 뽀샤시하게 잘 찍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안경을 다른 것으로 바꿔 착용을 하려는데 안경을 닦다가 그만 안경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오전에는 자전거의 타이어 바람이 빠져 있는 줄도 모르고 미련하게 타다 넘어질 뻔하기도 하고, 두번째 빌린 자전거도 조금 달리니 바람이 빠져 또 자전거를 교체해야만 했었고, 사진 찍을 땐 안경 다리가 부러지고, 다른 볼일을 본 후 자전거 타고 사진을 찾으러 돌아오는 중엔 멀쩡한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가 나고, 오늘 참 여러가지를 했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사진을 찍고 한시간쯤 뒤 사진을 찾으러 달려갔다. 사진을 찾.. 더보기
[시]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떠나-용혜원 오늘 아침 문득 이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떠나-용혜원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가야겠습니다. 그 날은 누구를 꼭 만나거나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지지 않아서 좋을 것입니다. 하늘도 땅도 달라 보이고 살아 있는 표정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골 아낙네의 모습에서 농부의 모습에서 어부의 모습에서 개구쟁이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알고 싶습니다. 정류장에서 만난 삶들에게 목례를 하고 산길에서 웃음으로 길을 묻고 옆자리의 시선도 만나 오며 가며 잃었던 나를 만나야겠습니다. 아침이면 숲길에서 나무들의 이야기를 묻고 구름 떠나는 이유를 알고 파도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저녁이 오면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하룻밤에 만들고 싶습니다.. 더보기
[좋은 글]지혜로운 삶.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자기가 아는 대로 진실만을 말하여, 주고 받는 말마다 악을 막아 듣는 이에게 편안과 기쁨을 주어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지나치게 인색하지 말고,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위험에 직면하여 두려워 말고, 이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지 말라. 객기를 부려 만용 하지 말고, 허약하여 비겁하지 말며, 사나우면 남들이 꺼려하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여기나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려 지혜롭게 중도를 지켜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더보기
[끄적 끄적]그릇을 찾아서. [그릇을 찾아서] 라는 책을 보면 최고의 푸딩 담을 그릇을 찾아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프로포즈의 기대도 잊어버리고 유명한 그릇을 만드는 마을까지 찾아가서 오로지 맛있는 푸딩 담을 그릇을 찾기 위해, "주"가 되지 않지만 "주”를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그런 그릇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주”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만큼 돋보이고 싶고 화려한 서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박수 갈채와 환호속에서 살고 싶어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혼자만의 돋보임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주”가 아니면서 ”주”를 더욱더 돋보이게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서 더욱더 “주”가 더 빛나 보이지는 않을까요? "주"가 되지 않지만 "주”를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그런 그릇, 나는 어느 .. 더보기
[책의 한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파울로 코엘료. 생각이 많아지는 겨울. 문득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 올랐습니다.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정신적인 탐구는 현실적인 문제들로부터 이탈시킨다고 하지만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그게 현실 적인 문제이다. 나의 행동이 이웃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폐를 끼친다든지 방해가 된다든지 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들이 불평을 털어 놓으면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는 아주 짧다. 무언가를 잔뜩 쌓아 놓은 과거와 앞으로 계속 쌓여갈 미래를 믿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그리고 대부분이 이런 과거와 미래속에서 헤매고 산다. 현재는 없다. 미래만을 위해 현재를 보낸다.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