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달려 도착한 곳 생장피드에포르역. 일명 생장역.
보통은 여기서 출발을 한다.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이때까지는 아직 험난한 여정은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도착의 기쁨만 생각할 뿐 이었다.
생장 역을 통과하자마자 길을 잃어 버렸다.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담배 한 개피를 피우면서
누구든 따라가자 라고 생각했지만 그 많던 사람들도 한순간 사라져 버렸고. 길 위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두려움이 엄습해 올 무렵 머리엔 또다른 이질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시간은 많다. 일단 벤치에 앉아 잠시 쉬기로했다.
살면서 모든것들이 낭패의 연속이었다. 해야할 일들은 더욱더 많이 늘어만 갔고, 그저 돈벌이에만
취중하다 보니 하늘 한번 제대로 본적도 없었고,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보고 그 흔한 친구 하나도 없었다.
이미 내게 익숙해진 이 세상에서 계속 살든, 이곳을 떠나든,아니면 모든 의무에서 풀려나
다른 세상으로 가든 그것은 나의 뜻에 달려 있었다.
이 세 가지 이외에 다른 선택은 없었다.
어렵게 내린 선택이었다.
언젠가 이런날이 올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내가 떠나기전 준비한거라곤 생장까지의 기차표하나와 큰 배낭에 든 쓸모없는 짐들과 잡생각들.
그 이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딱히 준비할것도 없었다.
사실 그게 엄청난 준비한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앉아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다 그냥 정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돌고 돌다보면 언젠가 보이지 않겠는가.
돌고 돌다 겨우 발견한 순례자 사무실에서 몇가지를 적고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샬을 발급받고,
숙소를 배정받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꼇다,
실패를 하더라도, 혹 인생자체가 낭패라고 생각될때도 해쳐나갈 수 있는 마음만은 남겨 달라고.
늘 항상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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