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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10-삶 추억은 기억 이상이어야 한다.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흘러버렸다. 거지같은 모습으로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땅바닥에 앉아 빵을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아무 곳이나 잠을 청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흐르는 세월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나를 잊은 지도, 나를 버린 지도 오래 전일이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나의 눈에 비치는 낯 설은 동네풍경들이 이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그런 풍경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길가에 보이는 포도밭, 보리밭, 알 수 없는 이름의 꽃들까지 모르는 것이 분명함에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그런 것들이라고 착각을 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걸..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9-이라체 수도원. 이라체 수도원 여기는 포도주와 물이 함께 나오는 곳이다. 왼쪽은 포도주, 오른쪽은 물. 다니는 사람들의 목을 축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이다. 하지만 여기도 엄연히 음주 제한은 있었지만, 나에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엄청난 거리를 걸으려면 많은 술은 금물이지만, 여기서는 안마실 수가 없었다. 한 모금, 한 모금. 그렇게 홀짝거리다, 물병 중 하나를 비워 포도주를 가득 담았다. 그리고 가던 길을 그냥 묵묵히 걸어 간다. 그렇게 물병에 담았던 이 포도주를 며칠을 가지고 다녔었다. 그리고 숙식을 무료로 해주는 곳에 가서 10유로와 포도주를 기부해버렸다. 보통은 기부를 잘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너무 나도 좋은 음식과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어야 했고, 또 누군가는 설거지를 해야 했지만), 또 조금은 허름하지..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8-쉬어가기(푸엔테 라 레이나).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푸엔테 라 레이나의 아주 유명한 다리 입니다. 푸엔테(puente)스페인어로 다리를 뜻 합니다.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로 11세기에 알폰소 1세가 세운 다리의 이름으로 "여왕의 다리" 라고도 합니다. 여기 푸엔테 라 레이나는 사람들을 통합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모든 순례자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전 이다리를 건너면서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말이죠. 이전글 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7.-미학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6.-속도 산티아고(Camino ..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7.-미학 산티아고에 있는 동안 버린 것도, 잃어버린 것도 참 많다. 속옷, 바지, 책, 뭐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걸어가는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가방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해서 가지고 있던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혹은 버렸다고 해서 아깝다고 생각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감사했다. 때로는 너무나 많은 짐들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했다. 조금 없어진다고 불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옷도 두벌이면 족했고, 속옷도 두벌이면 족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그런 모습들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깨닫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놓지 않으려고, 더 많이, 더 높이.. 난 이때 확실히 깨 닫았다. 비움의 미학, 불편함의 미학, 비우면 비울수록 보이는 건 더욱더 많아..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6.-속도 매일 매일 손으로 빨래를 했다. 거품이 많이 안나 제대로 씻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땀에 젖은 옷을 물에 담그고 소금기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더 이상도 필요가 없었다. 빨래를 다하고 나서 의자에 앉아 이렇게 널려있는 빨래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행복감이 밀려든다. 다른 사람들은 일찌감치 빨래를 다하고 나서 분주히 저녁을 준비한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도 나고, 와인 따는 소리며, 접시에 음식을 담는 소리들, 어느 샌가 모르는 사람들도 친구가 되어 다들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시끌벅적해진다. 그 모습들을 뒤로 한 채 난 길거리로 나선다. 먹을 것들을 구해야 하니까. 아주 단순하고 단순하다. 살아야 하니 먹어야 하고. 먹어야 살고. 사니까 걸을 수 있고. 누구나 삶이란 게 이렇게 단순했을..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5.-일상 하루하루가 즐거운 날들의 연속이라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힘든 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고. 아직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사람에 대한 것들... 쉬고 싶지만 쉴 수 없는... 모두들 다른 생각, 다른 마음들... 여기서는 그런 것들은 없었다. 모두들 그런 생각들을 할 겨를이 없었다. 나를 잊어야 내가 산다. 매일 매일 하늘만 보고 다녔지.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거울 한번 본적 없고, 수염이 자라던 머리가 엉망이던 얼굴에 뾰루지가 나던, 나에게는 그런 것들은 중요한 것에서 멀어져 갔다. 어떻게 보면 지금 있는 자리에서는 그것들이 신경이 쓰이고 했겠지만, 그런 것 따원 나에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오로지 걷고 또 걷고 또 걷고. 나중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처럼 ..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4 -들어가기에 앞서. 들어가기에 앞서.. 산티아고에서 경험 했던 일들, 생각들이 있었지요. 근데 그게 글로 표현이 잘 안됩니다. 근데 어느책에서 본 구절이 그 생각을 대신하는것 같아 몇자 옮겨 적어 봅니다. 아마도 그때의 기분이나 감정들이 고스란히 책에서, 이 구절에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네요. "여행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 여행을 계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여행을 끝내는 데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을 오래 끌면 끌수록 그 경향은 더 강해진다. 미지의 세계를 방문하거나, 언어가 다른 친구를 만들거나, 색다른 과일을 입속에 잔뜩 넣고 있는 동안에도, 고향에 있는 그의 친구나 가족들은 착실하게 일상을 쌓아간다. 그가 모르는 이야기나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진다는 뜻이다... 더보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3-생장 하루를 달려 도착한 곳 생장피드에포르역. 일명 생장역. 보통은 여기서 출발을 한다.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이때까지는 아직 험난한 여정은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도착의 기쁨만 생각할 뿐 이었다. 생장 역을 통과하자마자 길을 잃어 버렸다.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담배 한 개피를 피우면서 누구든 따라가자 라고 생각했지만 그 많던 사람들도 한순간 사라져 버렸고. 길 위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두려움이 엄습해 올 무렵 머리엔 또다른 이질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시간은 많다. 일단 벤치에 앉아 잠시 쉬기로했다. 살면서 모든것들이 낭패의 연속이었다. 해야할 일들은 더욱더 많이 늘어만 갔고, 그저 돈벌이에만 취중하다 보니 하늘 한번 제대로 본적도 없었고,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보고 그 흔한 친구 하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