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7.-미학
산티아고에 있는 동안 버린 것도, 잃어버린 것도 참 많다. 속옷, 바지, 책, 뭐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걸어가는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가방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해서 가지고 있던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혹은 버렸다고 해서 아깝다고 생각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감사했다. 때로는 너무나 많은 짐들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했다. 조금 없어진다고 불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옷도 두벌이면 족했고, 속옷도 두벌이면 족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그런 모습들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깨닫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놓지 않으려고, 더 많이, 더 높이.. 난 이때 확실히 깨 닫았다. 비움의 미학, 불편함의 미학, 비우면 비울수록 보이는 건 더욱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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