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손으로 빨래를 했다.
거품이 많이 안나 제대로 씻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땀에 젖은 옷을 물에 담그고 소금기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더 이상도 필요가 없었다.
빨래를 다하고 나서 의자에 앉아 이렇게 널려있는
빨래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행복감이 밀려든다.
다른 사람들은 일찌감치 빨래를 다하고 나서 분주히 저녁을 준비한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도 나고, 와인 따는 소리며, 접시에 음식을 담는 소리들,
어느 샌가 모르는 사람들도 친구가 되어 다들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시끌벅적해진다.
그 모습들을 뒤로 한 채 난 길거리로 나선다.
먹을 것들을 구해야 하니까.
아주 단순하고 단순하다.
살아야 하니 먹어야 하고.
먹어야 살고.
사니까 걸을 수 있고.
누구나 삶이란 게 이렇게 단순했을 것이다.
나 또한 어릴 땐 이렇게 단순하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 단순한 삶의 법칙을 무의식 속에 던져버리고 나서
단 한번도, 단 한번도 생각하지도 않고 살았다.
그리고 나의 법칙이 아닌 세상의 법칙을 따르며 살고 있었다.
세상은 경쟁을 부추기고, 뒤처지면 지는 것.
모든 게 선과악의 이분법적인 잣대들로 우리를 아니 나를 벼랑으로 몰고 가고.
그리고 속도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한 순간에 낙오자로 만들어버리고.
난 이걸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이렇게 난 한동안 세상의 새장 속에서 굴레를 벗어나지도,
나를 찾지도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또 세상의 잣대대로 살았다.
하지만 그땐 이런 이분법적인 잣대의 모순이 싫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살아야 했으니까.
휴~우.
난 역시나 그 속도를 견디지 못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낙오자였다.
일도 사랑도 그 세계 속에서 모두들 잃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속도?...낙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를 매일 매일 고민했다.
며칠이 지나자 하나씩 눈에 보였다.
빨리 걷는 사람들도, 저 멀리 앞서가는 사람들도, 결국은 제일 느림보인 나와 같은 곳에서 잠을 잔다.
물론 더 앞서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역시나 승자만이 살 수 있는 세상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승자였다.
여기서 깨 닫았다...
저 멀리 앞서가는 사람들을 세상의 속도로 쫓아 가고 이기려고 했던 나의 우둔함과 멍청함이.
조금 불편해도 조금 늦더라도 괜찮다라는 것.
가슴속의 울림들을 느껴야 한다는 것도.
감성이 메마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한발 나와 밖에서 보지 않는 이상 그 속에서는 절대 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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