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루티드(UPROOTED)- 나오미 노빅.
이런 판타지 소설을 평소엔 보지 않지만 이 책 처음의 몇 장을 읽고는 단숨에 사로잡혀버렸습니다. 간결한 문장과 스피디한 진행은 6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그렇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잠들어 있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너무나도 안성맞춤이었던 책이었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빨아들이며 폴니아 왕국을 잠식해온 '우드'. 그 숲에 발을 들이거나 열매를 탐한 자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거나, 미치광이가 되곤 했다. 그런 우드의 저주를 두려워한 인근 마을 사람들은 십 년에 한번씩, 마법사 '드래곤'에게 열일곱 살의 앳된 소녀를 제물로 바쳤다. 십 년에 한 번, 드래곤이 열일곱 살의 소녀를 성으로 데려간 지 백 년이 넘었지만, 오염된 숲 '우드'의 재앙을 막아온 드래곤에게 어느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한다. 올해로 열일곱이 된 천방지축 소녀 아그니에슈카와 마을 사람들 모두가 빼어난 미모와 지성을 갖춘 카시아의 슬픈 운명을 안타까워하지만, 드래곤은 카시아가 아닌 아그니에슈카의 손을 낚아채 허공으로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시작을 합니다.”
책은 극에서 빠지지 않는 권력의 암투와 갈등, 그 뒤에 감춰진 진짜 흑막, 이 거대한 뿌리에 열일곱의 어린 주인공 소녀는 거침없이 달려듭니다. 기성세대의 편견과 바뀌지 않는 고정관념, 단 하나의 가치관으로 판단해 버리는 모습이 아니라 그 편견과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을 합니다. 순종적이지 않은 자기주도적인 삶과 소신, 그 속에 자신과 국가를 위한 신념, 이렇게 대단원의 서사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P.S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한편의 판타지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한 줄, 한 줄의 글들은 마치 살아 있는 듯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주인공을 만들고, 배경을 만들고,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샌가 이야기의 끝이 보여갑니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책을 덮은 후에 나도 몰래 따라 하게 되는 마법의 주문과 왕궁의 모습마저 어느 순간엔 이 이야기를 오래 전에 누군가가 들려준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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