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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조난자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기대가 너무 크고 행동은 너무 적은 것에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생존은 시작된다."
파이이야기의 한 구절이다.
걷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조난자!
지금 딱 이 말이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정답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나 와서 아주 불편하고, 아주 힘들고, 아주 낯설었다.
한참 지난 후에야 불편하고, 힘들고, 낯선 건, 아무것도 아니란 건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러울 정도로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살면서 중요한 것. 불편하고, 힘들고, 낯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단순하고 단순한 생활들,
생존을 위한 싸움, 그 정도 거창하지 않아도 나름 그 생활에 익숙해 졌다.
본능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적응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단지 먹고 자고 이런 아주 단순한 것에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때 파이이야기의 한 구절이 떠 올랐다.
곰곰이 다시 생각을 해보니 여기에 오기 전까지의 내 모습이 딱 조난자 같았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조난자!!
누군가가 구해 줄 것이라는 그런 막연한 희망만을 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모든 것들에 대해 기대는 너무나 크고 행동은 너무 적고.
아주 부끄럽게 느껴졌다.
난 표류하고 있는 조난자.
그러나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생존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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