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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23.-REFLEX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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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은 지금도 그렇게 자주 볼 기회가 없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 친구, 연인, 가족, 때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같이 앉아있다. 그 인내의 거리를 모두 감내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다들 이 시간을 기다렸으리라. 새로운 한걸음을 위한 마지막이니까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맑은 눈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들 엄청난 거리를 걷고 또 여기까지 걸어 이 한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렇게 앉아 있다. 반짝이는 눈망울 사이로 각자 이 여정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보여지고 행복감이 고조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오늘 여기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은 지금 이순간이 특별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다들 무엇인가가 새롭다고 느끼는 것만 같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저물어 가는 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만 같았다. 하늘의 구름은 서서히 붉은색으로 변해가고 해는 저물어간다. 하지만 이 저물어가는 해는 또 내일의 해가 되어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변하는 건 하나도 없지만 오늘 이 하루만큼은 특별하고도 특별하다. 이것이 마지막이기에, 하지만 또 이것이 끝이 아니기에. 그래서 또 새로운 한걸음을 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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