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언제나 그럴듯한 계획의 계획이 필요했다. 그것은 한 해의 소망을 다지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과연 필요한 계획인지 아니면 계획을 위한 계획인지는 계획을 세우는 나도 잘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계획을 아니 세울 수도 없었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뭔가를 계획하지 않으면 늘 불안함이 우리를 따라다닌다. 몇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아도 아니 조금 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괜찮은데, 쉬면 괜스레 불안해하고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에 또 계획을 세우고, 다시 부시고, 또 세우고, 이런 아이러니함은 언제나 계속되었다. 그러면서 몸은 힘들어가고 정신은 지쳐가고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이렇게 삶은 불안하다. 결국 나의 삶은 각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너그럽지 못하고, 다그치고, 늘 강하게 질책을 했다. 그동안 나도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한편으로 생각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자신에게는 너그럽지 못하고 너무나 엄격했다. 그렇다 보니 삶은 더욱더 피곤해져만 가고 아무 쓸모없는 계획들만이 나의 오래된 수첩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저 그렇게 살아와서 쉽게 변할 수가 없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소망과 계획은 언제나 간결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았다. 언제나 장황하고, 더 많이, 더 높게 잡았다. 그래서 힘들고, 미련하게 사는것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계획을 위한 계획도 없이, 그저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렇게 지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늦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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