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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i am/Essay

[Essay] 불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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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사는 하루가 흘러간다. 그리고 또 하루가 흘러간다. 하지만 마음 한편의 미묘한 변화가 느껴진다. 이렇게 계속 아무 생각없이 살아간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는 있지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을 억누르려고 노력하는 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건 나만 아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내 다른 가슴 한편에선 막연했던 그 불안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왜일까? 아무 생각없이 사는데 이 불안은 왠 말인가? 보기와는 다르게 난 불안 덩어리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쩌면 아무 생각없이 사는 척, 쿨한척, 태연한척, 담담한척, 군자인척, 언제나 그렇게 말은 하고 다녔지만 보이지 않는 그 이면에선 반대로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숨기며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의 불안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또 숨기기 위해 생각없이 산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없이 산다는 건 허울좋은 말장난과 나를 속이기 위한 핑계일 뿐이었다. 결국 생각없이 사는 것이 아닌 것이었다.

난 왜 보이지 않는 이 불안함에 짓눌려 버린 걸까? 생각해 보건대 아마도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유 없는 불안은 없다. 막연한 불안은 불안을 낳고 기억을 조작한다. 내 눈앞에 보이는 세상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의 꼬리의 꼬리를 물고 더욱더 우리를 마구마구 흔들어 댄다. 일단 그 함정에 빠지게 되면 정말 헤어 나오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그땐 불안이 승리의 나팔을 불겠지. 하지만 그 승리의 나팔은 영원히 불지 못할 것이다. 그건 우리의 특별하지 않는 보통날들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 , 우리. 삶과 삶, 그리고 이어진 삶. 일상과 일상, 그리고 이어진 일상. 그렇게 매일 매일이 모이고, 작고 작디작은 감사와 행복들이 모이고 모여 이렇게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단단히 쌓아 올린 나의 세계와 이렇게 축적된 나의 삶은 결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불안은 결코 보통의 날들을 이길수가 없다. 언제나 패배자는 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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