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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i am/Essay

[Essay] 금연 1000일 동안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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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벗이었던 담배와 헤어진 지 이제 만3년. 그땐 너무나도 갑작스럽고도 일방적인 이별이었습니다. 하지만 1000일동안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린 서로에게 여전히 미련이 남아 아주 멀리 떠나지도 못한 채 서로의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고, 한번의 방아쇠에도 우리는 다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강한 이끌림을 여전히 느끼고 있지만 우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써 덤덤히 그냥 그렇게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흘려보내고 있죠. 서로의 안부는 따로 묻지는 않지만 어떻게 지내는지는 보지 않아도, 만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상태로, 가끔 문득문득 그리워질 때마다 먼산을 바라보며 심호흡으로 그리움을 삼키고 달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비록 헤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담배는 지치지 않고 늘 저를 유혹하고는 있습니다. “다시 한번만 더 만나 볼래?” 하고 저를 막 다시 꼬시려 하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미련 없다 하면서도 마음속에선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유난히 힘든 어느 날 담배의 이런 유혹은 극에 달하기도 하지만 끝내 참아내고, 참아내고, 또 참아냈습니다. 이렇게 고비라는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오늘도 여전히 나와의 약속을, 금연의 약속을 잘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지금은 담배를 참는 것이 너무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누가 옆에서 담배를 핀다 거나 권할 때에도, 또는 술을 마실 때나 그리고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겪거나, 아무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이라도 아무런 생각없이 넘겨버리다 보니 지금은 다행히도 담배를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래서 참는 것도 조금은 쉬워진 듯하고, 그러다 보니 무관심해지고, 무관심해지다 보니 생각에서 멀어지고, 멀어지다 보니 금연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니까 자연스러워지고, 자연스러워지니까 또 담배를 피지 않는 나의 모습이 진짜인 듯 착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그런 모습이 또 자연스러워지고, 그러다 보면 금연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인간은 어쩌면 끊임없는 선택과 끊임없는 유혹속에 사는지도 모릅니다. 그 하나 하나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나가는지도 모릅니다. 이 치열한 싸움속에서 나름의 방향을 잡고 계속 삶을 이어 나가는 것이겠지만 이 와중에도 담배 없는 삶도 꽤 괜찮더라는 생각이 요즘은 더욱더 강하게 듭니다.

P.S 일년 전 금연한지 만2년째 되던 해에 글로 전했듯 만3년이 되는 날에도 어김없이 이글을 쓰면 좋겠다는 바램을 이야기 한적이 있습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감격스럽고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여전히 금연을 잘 실천하고 있다는 걸 전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쁩니다. 2021년 5월12일 오늘로 금연한지 만3년 되는 날입니다. 여전히 금연이란 말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늘 노력해서 만4년이 되는 날에도 어김없이 금연의 기록을, 일년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금연하시는 모든 분들 방심하지 마시고, 힘내시고, 힘든 요즘이지만 늘 즐거운 금연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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