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ere i am/심야책방

[책] 한낮의 달을 쫓다-온다 리쿠.

반응형

한낮의 을 쫓다-온다 리쿠.

제목을 본 순간 이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쩔 땐 아무 생각 없이 책의 제목만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런 경우입니다. 물론 책의 겉 표지에 여행 미스터리라고 작은 글씨가 있어 조금 더 수월하게 선택을 한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먼저 떠 오른 것이 작가 댄 브라운 입니다. 댄 브라운 특유의 장소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이미 몇 편의 책으로 잘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에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심하게 느끼곤 하는데 이 책에서도 똑 같은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온다 리쿠의 섬세한 풍경묘사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걷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또 그 장소인 나라와 아스카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매력적으로 그려나갔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갑니다. 새로운 만남과 오래된 만남, 의도된 만남과 자연스런 만남. 이런 만남들을 통해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 갑니다. 혹시 친구가 많으신가요? 서로 의지하고 버팀목이 되어줄 친구. 책의 내용 중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삼각관계가 아니라 삼각대.” 한 사람만 빠져도 금방 무너져 버리는 그런 관계. 그래서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버티고 있는 건 아닌가요? 그러다 혹시 여러 가지의 관계 속에서 빠져 나오고 싶은 생각이 한번쯤은 들지 않으셨나요? 이런 마음은 있지만 혹시 관계의 균형이 무너질까 봐 그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계획된 동행 그 속에 각자의 시선과 각자의 생각.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이야기는 책을 덮을 무렵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를 상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혼자 걷는 시간이 인생에서 과연 얼마나 될까.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람은 혼자 걷기를 배운다. 성장하면 혼자 걷기를 두려워하게 되어 하교시에, 취미를 위해, 일 때문에 함께 걸어갈 친구와 동료, 이윽고 반려를 찾게 된다. 아무리 누가 옆을 걷고 있다, 같이 걷고 있다고 착각해봤자 걸을 때는 어차피 혼자인 것을.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 이렇게 걷기 편하고 즐겁다는 것을 그간 잊고 살았다. 평소에 당연한 존재가 되어 있지만, 차라는 물건은 시끄럽고 위험해 긴장을 강요한다. 늘 재촉하고,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별안간 튀어나온다. 운전자는 늘 짜증이 나 있고 다른 차와 자전거와 보행자에서 성을 낸다. 불황이라면서 내가 사는 아파트 앞 도로는 휴일이 되면 자가용들로 몇 시간씩 꽉 막히곤 했다. 어느 차나 다들 잔뜩 골난 얼굴이었다. 그럼 나오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싶은데, 차가 있는데 나가지 않으면 손해 보는 느낌인 모양이었다.

“여행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떠날 때마다 주어진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 자기가 계획한 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평소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주역을 맡아야 한다. 여행 중에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주역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객연조차 여의치 않은 나이니 그것도 당연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우울은 여행 중의 자신을 연기해야 하는 불안, 여행의 허구 속에서 큰 역을 맡아야 하는 중책에 대한 우울인 것이다.

P.S 왠지 끌리지 않는 작가가 있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랬고, 온다 리쿠도 그랬습니다. 이 두 작가의 책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어보지 않고서 그 작가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