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ere i am/심야책방

[책]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나쓰카와 소스케.

반응형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나쓰카와 소스케.

제가 책을 가장 많이 본 시기는 아마도 10몇년전쯤 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이 좋아 자주 책을 읽었습니다만 10몇년전쯤 활자 중독에 걸린 사람마냥 책을 한시도 놓지 않고 계속 책만 본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하고 있던 일이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더욱더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그와 동시에 마음도 불안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책만 봤던 게 그때쯤인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다기보다 책으로의 도피, 그렇게 해서 현실을 조금이라도 잊어보자 뭐 이런 생각이 더 컸었던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다양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사서 읽어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안타깝게도 책만 많이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책을 예전보다 더 많이 보다 보니 어느 날인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책을 읽는 것일까?” 하는 그냥 아주 단순하고 원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그 질문에 혹자는 마음의 양식을 쌓고, 경험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간접경험도 하고, 지식을 쌓고, 나를 더욱더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 독서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답이 저에겐 깔끔한 해답은 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그 물음이 해답이 풀리지 않은 채 또 다른 책들을 그래도 계속 읽어 나갔습니다. 의미도 없이 단지 책을 읽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한 권, 한 권 읽어 나갔습니다. 어려워 중간에 포기 한 책들도 나오고 다 본 책을 덮을 무렵에 느껴지는 감정이나 느낌들은 점점 더 무뎌져 갔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갔어도 계속 이런 상태가 지속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을 해보니 그 동안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그냥 활자만 계속 읽어 버린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읽은 책의 수만을 생각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그 당시엔 의식도 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그렇게 책을 봤습니다.

책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때로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때로는 줄거리만 읽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베스트셀러에 손을 내밀기도 하고, 때로는 일그러진 마음으로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러면서 왜 책을 읽는지는 생각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다음 책에 손을 내민다.” 이 글을 보는 순간 10몇년쯤의 제 모습이 문득 떠 올랐습니다. 물론 지금은 예전과 책을 바라보는 시선도, 책을 읽어 가는 것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책을 읽은 숫자에 더 이상 연연하지도, 더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조바심도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더욱더 책을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해 보는 것도 요즘 책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 입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머리 속에 그려나가는 것도 재미가 있고, 책을 가까이 하고 살아간다는 것만해도 좋습니다. 그럼 책은 왜 읽는 것일까요?” 예전의 이 물음엔 아직도 시원한 답을 할 수는 없지만, 이젠 뭐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그저 책이 좋아 읽는 것뿐이니까요.


다시 줄거리를 살짝 살펴보자면 책은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정든 서점을 접어야 하는 고통 속에서 책 정리를 하던 주인공 린타로 앞에 인간의 말을 하는 얼룩고양이가 나타납니다. 자신을 ‘얼룩’이라고 소개한 고양이는 책을 지키기 위해 린타로의 힘을 빌리고 싶다고 부탁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책은 거부감 없이 우리 작금의 시대를 잘 말해 줍니다. 산업의 논리와 책을 읽는 독자, 그리고 책의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는 학자와 작가, 형태는 다르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진심 어린 걱정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책에는 큰 줄기를 이루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형태는 달라도 그 이면을 살펴보면 똑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은 존재하는 것만으론 단순한 종잇조각에 불과해. 위대한 힘을 감추고 있는 걸작도,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대작도 펼치지 않으면 하찮은 종잇조각일 뿐이지.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담아 소중하게 간직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게 되는 법이야.”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전 아니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