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이야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였다. 아마 30여년전 처음 지리산 천왕봉을 올랐던 기억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그러던 중 지난 8월쯤 갑자기 지리산 노고단이 생각났다. 하지만 무엇때문에 갑자기 노고단이 생각이 났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 나지 않는다.
지리산은 중산리 코스로 천왕봉을 올라간것이 마지막이니 아마도 10년은 족히 넘은듯했다. 그렇다면 노고단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오랫동안 가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올해가 지나가기 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거리는 멀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하지만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계절이 찾아왔다. 이제 남은 건 11월과 12월. 올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생각해 보지 않아도 어차피 갈꺼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 싶어 11월 초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차를 몰고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거리상으로 2시간 반정도 걸리지만 뭐 괜찮다.
늦은 오전 도착을 하고 보니 주차장은 예상대로 만석이었다. 길가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배낭을 매고 등산화로 갈아 신고 그렇게 산행이 시작되었다. 일단 사람들은 많이 보였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 가족단위, 연인, 친구들 모두 삼삼오오 모여 걸으며 초입에 들어선 겨울, 아니 막바지 가을을 눈에 담는것이 눈에 보였다.
지리산 노고단은 중산리코스나 여느 다른 코스들처럼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다. 그냥 가끔 숨이 차는 산책정도라고 생각을 하면된다. 그정도도 아니려나? 그만큼 쉽게 정상까지 올라갈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또 이렇게 쉽게 정상까지 올라갈수 있는 몇 안되는 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노고단의 정상은 그 높이가 1507M나 된다. 물론 차로 산의 2/3는 올라온 것이지만 낮은 산도, 지리산이 아닌것도 아니다.
날씨는 청명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눈은 즐겁고, 마음은 가볍고, 이 모든 것들이 산을 끊을 수 없게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 길게 뻗은 나무계단, 그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힘들지는 않았다. 그저 편안했다. 어른들도, 아기들도, 바람은 있었지만 편안하게 걸었다. 천천히 걸어 그렇게 올라온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어땠을까? 고도 1507M에서 바라본 풍경 말이다. 높다면 높고 낮다면 낮지만 그저 새로웠다. 눈앞의 모든 산들의 모습이 새로웠고, 각양각색의 단풍도 새로웠다. 지금으로부터 한달전만해도 물들어가는 만추(晩秋) 아니 어느새 초겨울이었지만 다녀온지 얼마지나지 않아 첫눈이 내린것으로 안다. 눈이 내린 노고단의 모습도 또 새롭겠지. 이런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산에는 수많은 즐거움이 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단순히 먹고 마시는 즐거움에서 벗어나 걷는 즐거움과 그 속에서 또 다른 소소한 행복을 발견해 보기를, 또다른 산의 매력을 찾아 보기를.
P.S 이렇게 큰 즐거움도 하나의 난관은 있다. 예약이었다. 요즘은 국립공원이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이 있다. 이제는 막 올라갈수 있는 시절이 아닌것이다. 물론 난 예약을 잘하는 남자. 그렇게 산행 하루전 국립공원공단 예약통합시스템에서 탐방예약을 하고 나면 예약 관련 사항이 카카오톡으로 날라온다. 물론 노고단정상 탐방에 대한 예약이다. 등산 하루전 아침에 예약을 했는데 그때 예약자수가 1700여명이었다. 산림보호의 목적이 있어 하루 예약자가 1920명이라고 공단 안내문에 친절하게 설명을 해놓았다. 그리고 당일 예약없이 올라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예약없이는 올라갈수 없다고 모두들 퇴짜를 맞는 모습을 보았다. 그분들은 아마도 예약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또 그렇게 될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 결국 편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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