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몇년전 간월산을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건 이른 아침 베낭을 준비하고 차를 몰다 바라본 하늘의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등산 중간에 있는 아주 길었던 임시도로가 기억에 남아 있고, 더욱더 선명한 기억은 아마도 간월재에서 바라본 정상으로 가는 계단이었습니다. 지금도 잊을수 없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 십몇년만에 다시 간월산을 다녀왔습니다. 순전히 전날 술을 마시다 가보자고 했던 이야기라 실제 갈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산행은 시작 되었습니다.
십몇년전의 기억과는 사뭇 다른 주차장과 그외 부대시설을 보고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습니다. 십몇년전 그땐 시설이 별로 없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버린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각종 편의 시설과 부대시설이 들어서고 체험시설과 잘 정돈된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늦은 오전에 도착을 해서 어렵게 주차를 하고 서둘러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몇발을 움직이고 땀이 흐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십몇년전 올랐던 간월산의 기억이 점점더 선명해졌습니다. 흙의 느낌, 길의 느낌, 산의 느낌이 더욱더 선명해져 몇 일전에 올랐던 길인듯 느껴졌습니다. 십몇년전 그때의 기억과 지금의 현실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갑니다. 산행이 계속될수록 즐거움은 배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예전의 좋았던 기억이 지금과 합쳐져 더욱더 좋게 느껴지나 봅니다.
그때 산을 보며 감탄한 자리에서 오늘 똑같이 감탄을 하고 그때 사진을 찍었던 자리에서 오늘 또다시 사진을 찍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새삼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이럴땐 웃어야 하는 걸까요? 울어야 하는 걸까요?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걷고 또 걷기를 반복해 어느새 간월재 그리고 정상. 정상에 가기전 싸들고간 음식들을 하나씩 해치우고 시원한 바람과 물들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며 또다른 기억의 한페이지를 만들어 갑니다.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지 않아 또한번 산행의 즐거움과 걷는다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수 있어 더할나위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걷는 다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입니다.
'여행가방 > 소소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지리산 노고단. (0) | 2019.12.13 |
---|---|
[여행]김해 은하사. (0) | 2019.10.21 |
[여행] 울산 간절곶. (0) | 2019.03.28 |
[여행] 양산 미타암. (0) | 2019.03.21 |
[여행] 부산 기장 장안사. (0) | 2019.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