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SOLAR)-이언 매큐언(IAN McEWAN).
내가 작가인 이언 매큐언의 이런 블랙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가까운 미래의 내가 보이는 것 같았고, 씁쓸하지만 그저 그런 동네 아저씨, 직장에서는 꼰대 상사가 되어 무기력하고, 기회에 편승해 부하직원의 아이디어이나 도둑질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하고, 찌질하게 비호감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주인공인 비어드는 젊은 시절 충분히 이루어 놓은 업적 덕분에 유유자적 모든걸 누리고 사는, 어쩌면 아무일 없이 그저 권태롭고 그저 새로울 것 없는 삶을 살아간다. 노벨 물리학상을 등에 업고는 있지만 인간의 무기력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과학자로서의 새로운 시도와 연구도, 새로운 아이디어도 없이 그저 관료주의적 타성에 젖어 살다가 부하직원의 아이디어를 훔쳐 시작한 일도, 세상을 구하겠다는 거창한 말도, 그건 전부 나를 위한 길이었으며, 찌질함을 벗어나기 위한 속임수였다.
그의 개인적인 삶은 또 어떠한가? 그렇게 바람을 피웠지만 인간의 끝없는 질투심은 하늘을 찌르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평소에는 몰랐지만 다른 사람에게로 떠나가 버리니 또 아이러니하게 또 그런 건 싫고, 내로남불의 극단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회적인 덕망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불쌍한 생각마저 든다. 자신의 모든걸 받아들여 주길 바라는 태도와 변하지 않는 일관성 있는 태도는 여전히 불편했다.
P.S 난 이런 블랙유머는 좋아하지 않는다. 블랙유머에 보통 보이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절망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 모두가 현대인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일면을 보여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언제 봐도 개운한 느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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