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Take20-갈망과 무기력의 엇박자.

pilgrimten 2018. 1.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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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내 삶이란 망설임과 갈망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더더욱 싫어졌고, 불편했고, 갈망하면 할수록, 내가 다가가면 갈수록 힘들어졌고. 아이러니 하게도 또 나는 늘 갈망했다. 사람들을 갈망하고 통하지 않는 대화의 물고를 트고 싶어했고 자유롭게 살고자 했다. 하지만 무기력의 그림자기 깊었었다.

결국은 혼자 남아 버린 것인가? 그렇다고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내가 다 버렸으니까. 이때까지 무엇을 망설였나? 무엇을 갈망했나?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전혀 망설이지도 갈망하지도 않았었다. 순간의 망설임도 갈망도 없었다. 생각의 지배로 육체와 정신이 따로 놀았을 뿐. 어떠한 망설임도 갈망도 없었다. 다만 무기력의 그림자가 깊었을 뿐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나의 본성과 나의 심장. 두려움과 용기. 시련과 방황. 갈망과 무기력의 엇박자. 도무지 끝날 기미가 없는 나의 정신적인 공황상태. 어리석은 자의 가장 크나큰 오산. 그때 당시 내가 나를 표현한 가장 적절한 단어들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스스로 공황상태로 빠져들게 만들어 버린 건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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