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i am/Essay

[Essay] 사진을 찍던 날.

pilgrimten 2020. 3. 3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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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때까지 찍은 증명 사진 중에 가장 나온 곳이기도 사진관에 망설임 없이 갔었다. "여권 사진 찍으려구요. 뽀샤시하게 찍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안경을 다른 것으로 바꿔 착용을 하려는데 안경을 닦다가 그만 안경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오전에는 자전거의 타이어 바람이 빠져 있는 줄도 모르고 미련하게 타다 넘어질 뻔하기도 하고, 두번째 빌린 자전거도 조금 달리니 바람이 빠져 자전거를 교체해야만 했었고, 사진 찍을 안경 다리가 부러지고, 다른 볼일을 자전거 타고 사진을 찾으러 돌아오는 중엔 멀쩡한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가 나고, 오늘 여러가지를 했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사진을 찍고 한시간쯤 사진을 찾으러 달려갔다. 사진을 찾아 손에 사진봉투 안에 있는 사진을 조심스레 꺼내어 봤다. 아마 이때가 사진을 찾을 가장 떨리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온 사진을 보고, 봐도 내가 아닌 것만 같아서 무척이나 실망을 했다. 과도하게 뽀샵처리를 해서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였지만, 더욱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이 늙어 버린 같아 마음이 쓰라렸다. 지금도 나이가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20대의 시간과 30대의 시간과 40대의 시간은 너무나 달랐다. 아저씨 사진을 보는 순간 얼어붙었다. 내가 아니었다. 내가 아닌 것만 같았다. 인정하기는 정말 싫었다. 사진사분께 "뽀샵을 너무 많이 아닌가요?" 이렇게 한마디를 하니 "세월은 흘러갑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원본을 보여주었다. 물론 아주 오래전에 찍었던 사진도 함께 보여주며 웃으면서 “10이란 한단어를 내뱉았다. 그저 원본을 보는 순간 아무 말없이 그냥 사진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훨씬 늙어 보이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보정 나의 진짜 모습. 물론 이것이 보정되지 않은 나의 진정한 모습이겠지만 나이가 들어 감을, 주름이 늘어남을 아직까지는 인정하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온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다 예전에 읽었던 책의 구절이 문득 생각났다. 인생은 거듭거듭 새롭게 시작할 있어야 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행복한지 아닌지, 수시로 따져 봐야 한다. 전의 나와 후의 내가 똑같다면 스스로를 그렇게 가두고 있는 것이다. 변화가 없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삶이 침체된다. 삶에 나날이 변화를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 일상이 진부하고 지루하고 따분해진다. 삶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유동적인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강물처럼 흐르는 존재라고 말한다.사람은 흐르는 존재이다. 당연히 얼굴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해가는 얼굴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해가는 삶이 있다. 그렇지만 새로움과 희망이란 존재하니까. 사람은 흐르는 존재니까. 그렇게 실망 해도 된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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