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별은 벼리다.
얼마전 꿈을 꾸게 되었다. 무수히 많은 별들을 이불삼아 누워서 바라보는 그런 꿈이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해보니 요즘은 별을 제대로 바라 본적은 없었다. 밤 하늘을 올려다 본적도 없고, 별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저 의식하지 않고 다녔다. 전에는 별 보는 걸 좋아해 자주 싸늘한 밤공기를 맞으며 하늘을 한참 올려보는 날들이 많았었지만 요즘은 이상하리만큼 전혀 그런 의식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보다 점점 마음이 무채색으로 아니 감성이 매말라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참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일까?
잠에서 깨어나 다시한번 꿈을 그려보다 문득 잊고 지냈던 오래된 하나의 장면이 하나 떠올랐다. 스페인에 있을 때 별을 본적이 있다. 그것도 아주 밝고 아름다운 무수히 많은 별들. 태어나서 그렇게나 많은 별을, 그렇게나 밝고 아름다운 별들을 본적이 기억에는 없었다. 또 그렇게 행복함을 느끼면서 별을 바라 본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웃고 떠들다 오랫동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간절히 바라던 소망도 빌어보고, 수없이 했던 결심과 약속과 다짐, 그리고 삶의 생각들, 그러다 별을 이불삼아 행복에 도취해 웃으면서 잠든 날이 있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땐 그 별로 인해 너무나 행복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별은 기억에서도 점점 잊혀져 갔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 나를 설레게 했던 별들. 그 아래서 했던 결심과 다짐, 삶의 생각들이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의 지금에서는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떠올려 보려고 노력을 해봐도 여전히 형상만 희미하게 떠오를 뿐이다. 그땐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의 다짐을 했겠지만 나는 이내 망각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수많은 별들과 웃음소리만이 각인되어 있다. 별이든 추억이든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기억에서 천천히 잊혀져 가고 결국 희미해진 형상만을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먼 훗날엔 선명했던 그 기억의 형상만을 뒤쫓게 되고, 그러면서 별이란 본질은 없어지고, 형상이란 허상만을 그리워한다. 그런 비슷한 일들은 세어보지 않아도 수없이 많이 있었다. 본질은 뒤로한 채 형상만을 뒤쫓아가는. 나에게 별이란 이런 것이었다. 형상이든 허상이든 언제나 나에게 별이란 벼리다. 스페인에서 그 별을 보면서 수많은 생각을 했었다.
별은 벼리다. 본질을 기억하자. 지금까지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잠시 잊고 있었는지는 몰라도.★[벼리다-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