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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행복의 향기.

pilgrimten 2019. 4.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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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따뜻한 봄이 되면 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적이 있다. 어디론가 여행을 다니고 있는다든지, 열심히 뭘 좀 배우러 다니고 있다든지. 아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하루 하루를 그냥 무미건조하게 보내고 있을지 지난 겨울의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고민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자가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일만하고 하루 하루를 무미건조하게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마음이 늘 조급해진다.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조급해 진 것일까? 하는 생각들과 그것과 함께 따라오는 잡생각들이 문득 스칠 때면 이 조급한 마음을 커피로 달래본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뭐 이런 저런 것들 많지만 그 중에서도 커피가 제일 좋다.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 해야 한다. 샷 글라스를 준비하고, 커피를 갈고 커피를 뽑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고, 그 동안의 조급함과, 잡생각들은 머리에서 잠시 사라져간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다른 사람은 절대 모르는 일종의 의식이고, 나의 안식처다. 오직 맛있는 커피 한잔을 위해 시간과 몸을 움직인다. 귀찮을 법도 한데 이 한잔을 위한 것은 귀찮지 않다. 그냥 일상이고, 내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매번 귀찮을 법한 것들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이 된다. 커피를 뽑을 동안에 커피잔을 준비한다. 신중하게 커피잔을 선택을 하고 커피를 만든다. 이렇게 완성된 커피 한잔을 들고 천천히 마신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와 순간의 행복감. 난 접점 없는 이 순간을 좋아한다. 이래서 커피가 좋다. 이렇게 커피를 만드는 순간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이 순간들이 지쳐있는 내 마음을 위로해준다.

 

나의 커피 이야기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몇년전쯤 그때 일년 정도 커피, 고기, 술을 끊었었다. 병원에서 이 세 가지의 음식을 절대 먹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었다. 물론 나도 이 세 가지의 음식을 먹으면 더 아파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도 먹지 말았어야 했다. 일년의 시간이 흐르고 몸이 다 낳고 괜찮을 무렵부터 이 3가지의 음식은 매일 매일 먹고 마셨다. 1년의 굶주림이 한이 되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 중에서도 커피는 나의 삶의 활력소였다. 그윽한 향기에 나의 정신은 몽롱해지고 그 커피 한잔을 기다리는 순간, 받아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그 순간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난 가슴이 설렌다. 이유 모를 설렘이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커피를 버리지 못하고 함께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커피한잔의 미학이랄까. 아님 행복의 향기랄까. 아무튼 수많은 추억을 커피라는 이름에 새기고, 그 커피는 아직도 나의 기억의 저편에서 새록새록 피어나는 첫사랑과 같은 존재였다.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건 이 커피에 대한 나의 마음뿐이다. 이 행복의 향기뿐이다. 나에겐 커피란 이런 것이다
. 커피라는 잣대로 모든 세상의 기준을 만들고 그 커피를 중심으로 나의 세상은 돌아가게끔. 그래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기분이 참 좋아지고 상대방의 행복의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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