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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pilgrimten 2018. 10. 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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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제목이 참 요상하다.’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라는 제목의 책이 발간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도 이런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책은 여전히 읽어 볼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인 제목은 처음이라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뇌리에서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 제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본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책의 제목은 요상합니다만 내용만큼은 요상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책과 영화가 나온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책의 자세한 줄거리는 다시 언급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남자 주인공의 삶에 주목을 하면서 읽어 봤습니다. 책은 얼핏 보면 겉으로 드러나 있는 남녀 주인공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치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 보였던 건 아닙니다.

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남자 주인공의 생각들이 저에겐 꽤나 현실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혼자인 것이 편한, 그리고 익숙한 것에서만 위안을 찾고, 조용히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고독, 이것이 어쩌면 불 필요한 인간관계를 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내적 안정감을 더 편하게 느끼는 건 이 남자 주인공만의 이야기일까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보다 보면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본능적인 마음이 보입니다. 어쩌면 조금 서툰 인간관계 속에서도 스스로 봉인해버렸던 순순한 감정,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을 인정하고, 또 타인에게서도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인간내면의 진짜 속마음은 저에게도 적잖은 감정과 생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관계는 더욱더 단순해 질지도 모릅니다. 순수하게 만나는 사람들은 자꾸만 줄어갈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의 주변에 둘러 싸여져 있지만 결국은 고독한 느낌을 받을 때도 수 없이 있을 것이겠지만 그건 스스로를 더욱더 고립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엔 어쩌면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늘 갈망하는 타인과의 관계, 진짜 속마음은 감춘 채 좀처럼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들과 나, 이렇게 서로가 늘 안정감을 주는 거리를 두고 이렇게 지내왔는지도 모릅니다. 한 손만 내밀면 기꺼이 손을 잡아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 마음을 숨기기가 급급해서 그냥 그렇게 지내버린 지도 모릅니다.

현대사회의 불필요한 인간관계로 인한 피로감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거세집니다. 그래서 혼 밥이니 혼 술이니 해서 잠시나마 불 필요한 인간관계의 피로감을 덜어내고 내적 안정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우리 스스로가 먼저 겁을 먹고 그렇게 마음을 먼저 봉인 해버렸던 건 아닌지... 결국 손을 내밀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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